핀란드 겨울 여행 필름 카메라 헬싱키 1편
두서없이 풀어보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핀란드 여행. 핀란드는 조용하고 겸손한 나라다. 얀테의 법칙이라고 검색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인종차별 없이 다닌 여행이기도 했다. 편안한 유럽 여행이 하고 싶다면 핀란드를 고려해 보면 좋다.
나는 핀란드를 꼭 가야겠다 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지도에서 여기저기 살펴보며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 핀란드여서 가게 됐다. 다녀오고 나서 핀란드는 나에게 가장 좋은 기억의 여행지가 되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보다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그때의 기분이 잘 담긴다. 그래서 굳이 굳이 필름으로 되돌아보는 핀란드 이야기. 시간 순서 없이 갑자기 풍경이 나왔다가, 음식점이 나왔다가, 거리가 나왔다가 할 수도 있다.
공항열차를 타고 나와 도착한 새벽의 헬싱키 역. 크리스마스 직후라 반짝반짝 예쁘게 꾸며놓았다. 얼마나 고요했던지.
도시가 일어나기를 기다릴 겸, 역 바로 앞에 아침 일찍부터 영업 중이던 카페에 들어갔다. Espresso house citycenter 점. 내부가 꽤 넓어 앉을 곳도 많고 한 면이 전부 통창으로 되어있어 길거리 구경하며 커피 마시기에 좋다. 창밖으로 바로 헬싱키 역도 보인다. 이때는 몰랐지만 Espresso house는 핀란드 어디에나 있는 카페다. 음료 외에 많은 것을 파는데 특히 따뜻하게 데워주시는 초코 머핀이 예술이다. 핀란드에서 가장 처음으로 먹은 음식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저 초코머핀.
해외에 나가면 매일매일 갈 정도로 마트를 정말 좋아한다. 핀란드의 대표 마트 이름은 k supermarket. 처음에는 당연히 한인마트인 줄 알았던 나. 이곳의 특이점은 요거트인데 사진의 세배 정도 되는 다양한 제품들이 즐비해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시트러스 계열의 요거트를 열심히 먹고 왔다.
핀란드는 겨울철 바닥에 염화칼슘 대신 작은 자갈들을 뿌려놓는다. 이게 꽤나 효과가 좋은데 눈 사이에 콕콕 박혀서 전혀 안 미끄럽다. 자연친화적이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캐리어 끌기에는 너무 안 좋다. 바퀴가 박살 날 것 같은 이 기분.
헬싱키 역 앞에서 먹은 저녁. 밤 열차를 기다릴 겸 눈에 보이는 Vapiano Mikonkatu 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정말 정말 맛있는 버섯 파스타를 먹게 됐다. 주문 방식은 좀 특이하나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알려주신다. 핀란드는 자연이 자연인만큼 버섯이 참 맛있다. 물론 한국이 아니라 음식들이 조금은 짭짤하다. 버섯 좋아하는 사람은 핀란드에서 꼭 버섯 들어간 요리를 시켜보길.
헬싱키 중앙 도서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생기 있는 도서관이다. 조금의 소리도 용납하지 않는 한국의 도서관과 퍽 다른 분위기. 층고가 높아서 소음이 듣기 좋을 정도로만 울린다. 핀란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육아 시간이 더 긴 나라라고 한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헬싱키 역에서 가장 치열했던 사물함 경쟁. 특히나 큰 사물함이 정말 귀했다.
헬싱키 대성당과 그 앞의 거리. 대성당 앞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엄청난 크기의 전나무가 세워져 있다. 트리에 불이 켜진 게 보고 싶어서 밤에 한 번 더 가본 대성당. 내가 본 크리스마스트리 중 가장 컸다. 대성당을 마주 보고 있는 거리에는 갖가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 한 가게에서 작은 눈사람 펠트 인형을 사 왔다. 신기하게도 그 가게 점원분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그걸로 한참 떠들다 나왔다. 기념품 가게들은 눈도 즐겁지만 추운 핀란드 겨울바람에 꽁꽁 언 몸을 잠시 녹이기에도 좋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엔틱샵 OY.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지나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됐는데 안쪽이 너무 커서 놀랐다. 가구, 식기, 의류 등등 제품군도 다양했는데 구경하는 동안 핀란드 사람들도 많이 와서 물건을 사 갔다. 여행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인 듯했다. 나는 북유럽 풍의 나무 쟁반과 조개 모양 티스푼을 집어왔다.
핀란드의 새벽, 낮, 밤. 나는 걸으며 모든 것을 자세히 보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유럽의 건축물은 아시아와는 그 느낌이 아주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창문의 모양과 1층 공동 현관문. 정말 클래식하다.
사진이 너무 많아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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