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리셀카 썰매 타기
스키 타러 가는 날. 해가 뜨기 전에 준비를 시작한다. 기온은 무려 -30도. 원래도 겨울마다 발가락 동상에 걸리는 나는 양말 3겹과 발 핫팩과 어그가 필수다. 당연히 상하의도 3-4겹씩 입고 모자와 목도리까지 하고 나면,
이런 상태가 된다. 입으면서 배랑 등짝에 핫팩 5개는 붙이고 마지막에 패딩까지 걸치면 완벽. 가끔 좀 더움.. 사리셀카에서는 옷을 너무 많이 입어서 움직이기 힘들다 싶으면 잘 입은 거다.
두 배는 뚱뚱해진 몸으로 눈을 헤치며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와 스키 버스 정거장으로 간다. 시간표를 보면 15-30분 간격으로는 오는 버스. 우리 정거장 이름은 Holiday club이다. 왼쪽에 진한 글씨로 되어있는 게 우리 정거장의 배차 시간이다. 버스 오는 시간 잘 확인한 후, 차가운 의자에 겨우 엉덩이 붙이고 사진 찍으면서 놀다 보면 버스가 온다. 괜히 불안하니 타면서 스키장 가는 거 맞냐고 더블 체크!
10여 분 갔나.. 도착해서 내리면 이런 광경이다. 여기는 스키와 썰매 두 가지를 탈 수 있는데 나는 스키를 못 타니 썰매를 타기로. 저 옆에 보이는 리프트를 타면 된다. 리프트 타는 거 진짜 무서움.
저기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장비들을 빌려주는 건물이 있다. 들어가면 이용료를 더불어 필요한 장비들과 썰매 루트를 알려주신다. 그렇게 헬멧, 썰매 등을 다 대여해서 나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긴 리프트. 이러다 얼어 죽는 거 아닌가 싶을 때쯤 도착한다. 리프트 내리는 것도 무서움.
리프트 무섭다고 엉엉 거리며 내려온 후 눈을 들어보면 이런 광경이 보인다. 달이 내 눈앞에 있다. 이렇게 낮게 떠있는 달은 본 적이 없어서 썰매 타러 가는 것도 잊고 하늘만 봤다. 사진으로 담으려고 노력해 봐도 전혀 안 담겨서 답답했다. 항상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닌지 마지막 썰매를 탈 때쯤에는 온통 안개가 껴서 하늘도 풍경도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보였다.
이제 정신 차리고 썰매 타러. 중간에 가파른 곳도 있고 커브길도 있어서 종착지까지 혼자 몇 번 굴렀다. 근데 그쯤에 사람들이 다 같이 구르고 있어서 웃기다. 구르자마자 위에서 오는 사람이랑 부딪힐까 봐 엉금엉금 옆으로 피해야 함. 여기는 중간중간 그물이 없어서 처음에는 소심하게 타다가 나중에는 적응해서 그냥 막 탔다. 썰매를 타면 바람 때문에 얼굴이 진짜 너무너무 시려우니 꼭 방한 마스크를 구비하거나 나처럼 목도리를 얼굴에 둘둘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소중한 피부 다 얼어터져요. 그리고 나는 없었지만 고글!! 이 있으면 두 배는 재밌게 탈 수 있다. 내려가는 동안 차가운 바람+얼음 가루가 눈으로 엄청 튀기 때문. 발을 땅에 대고 타면 특히 심하므로 멈출 때 외에는 꼭 발을 떼고 타자. 장갑은 껴도 손 시려서 나중에는 장갑 속에서 주먹 쥐고 있었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서 정상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썰매는 그냥 앞에 저렇게 세워뒀다. 그나저나 카페 외관 너무 동화 속 동물 친구들이 살 것 같은 비주얼 아닌가요. 카페에서 좀 쉬고 다시 채비하고서는 뒤쪽 전망대에 올라가 봤다.
전망대는 별거 없지만 그냥 올라가 봤다. 이곳에서 보니 스키장 반대편은 꽤 완만하다. 마지막 달을 보고 이제 다시 썰매 타러.
저 아래 나무속에 파묻혀 있는 집들이 너무 귀엽다. 썰매 무한으로 계속 탈 거야!라고 하며 호기롭게 왔지만 결국 두 번 타고 지쳐 나가떨어진 나약한 나. 그도 그럴게 썰매장 길이가 1.2km.. 역시 자연에서 타는 건 다르다.. 밤에는 또 오로라 헌팅에 가야 하니 숙소로 가서 쉬었다.
다음 편은 오로라 헌팅 실패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어요. 핀란드 필름 카메라 사진이 궁금하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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