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기르기 2년 동안의 과정과 결혼
더웠던 여름. 사진으로 보면 멀쩡하지만 저 때의 나는 머리가 너무너무 지겨웠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미용실 당일 예약을 해서 확 잘라버렸다. 나는 원래 머리가 잘 기는 편이긴 하다. 그런 이유로 자르는 데에 겁이 없어서 허리까지 오던 머리라고 해도 내키면 싹둑싹둑 자른다.
자른 당일에 찍은 사진. 짧게도 잘랐다. 바리깡도 댈 정도로 짧았던 머리. 이때만 해도 다가올 미래를 모른 채 이렇게 시원하고 편할 수가 없다며 신났었다. 그도 그럴게 짧은 머리는 여름에 드라이하느라 땀 뺄 일이 없어서 정말 편하다.
반 묶음 한 머리와 머리를 푼 모습. 여전히 만족도 최상의 상태.
앞머리만 혼자 조금씩 다듬고 여전히 행복한 나.
처음 머리를 잘랐을 때 보다는 더 잘 묶이는 정도가 됐다. 1cm 정도 길어졌으려나.
슬슬 길어가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거지존은 아니라 묶어도 풀어도 예뻤다. 자연스럽게 뻗치는 구간.
문어가 됐지만 그래도 예쁜 구간.
더 길어서 거지존에 돌입했다. 뻗치는 길이가 길어져서 지저분해 보인다. 슬슬 머리가 지겨워서 못생겨 보인다. 묶거나 집게핀으로 버티며 지냈다.
뻗침을 견디지 못한 나는 머리를 본격적으로 기르려고 층을 냈다. 머리를 기르기 가장 편한 방법은 층 내기뿐이다. 원래 머리에서 길이는 그대로인데 층을 내버리니 굉장히 짧아 보인다. 뒷머리가 너무너무 짧아서 거기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됐다. 어쨌거나 머리가 정리돼서 다시 해피한 내가 됐다.
층 낸 뒷 모습은 이렇다. 퐁실퐁실.
드라이 안하고 그냥 다니면 꽤 길어 보인다. 단발에서 중단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샤기컷이냐고.
가장 짧았던 층이 길어지면서 머리가 차분해졌다. 중단발에서 가장 예쁜 길이가 아닐까? 초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층 있는 단발이 됐다.
그리고는 그 일이 일어났다. 프러포즈를 받아버린 것. 이럴거면 단발할 때 말리지 그랬냐며 난리를 쳤다. 촬영까지 6개월, 결혼까지 1년. 머리야 자고 일어나면 기르는 거지~ 하던 내가 처음으로 머리 기르기를 검색하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칼단발에서 머리를 기른지 딱 1년이 됐다. 두 달 전 사진을 보면 머리끝이 쇄골에 있는데 이제는 쇄골 밑으로 내려온다. 층 낸 머리들도 완전히 길어지면서 지저분한 느낌은 더 이상 없다.
고데기나 드라이 없이 그냥 말리기만 한 모습. 뒷머리가 꽤 길긴 했지만 여전히 중단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길이가 길어지며 드라이를 안하면 목 부분 머리카락이 목 라인을 따라서 움푹 파인다. 미용실에서 뭔가를 하면 머리가 더디게 기를까 봐 시도도 못하고, 드라이를 하자니 너무 더워서 집게핀이 필수였던 시절.
이제 다이슨으로 한 번 꼬기가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중단발과 장발 사이에서 가장 예쁜 길이가 아닐까 싶다. 묶기보다는 풀었을 때가 더 예쁘다.
장발에 돌입하기 직전.
장발이 됐다! 생머리일 때는 쭉 내리면 가슴 위까지 온다. 물결펌도 가능이다.
이 길이로 맞이한 웨딩촬영. 볼륨 넣고 컬까지 넣으니 확 짧아진 머리. 샵에서 다들 헤어피스 붙여야하는거 아니냐고 했지만 끝까지 내 머리로 하겠다고 고집부렸다. 그리고는 완성된 머리를 보고는 다들 생각보다 너무 예쁘다고 해서 너무 만족. 중단발 웨딩헤어도 예쁘다. 하늘하늘한 맛은 없지만 발랄한 느낌이 좋았다.
이제는 누가봐도 장발이 됐다. 거지존은 완전히 탈출했다.
이제는 길어가는 게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결혼 전에 가슴까지는 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
친구 결혼식에 가서 찍은 사진. 여전히 기른 티는 잘 안 난다.
이때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머리 많이 길었다는 소리를 엄청 듣는 시기다. 나도 거울을 보며 정말 많이 길었다고 느꼈다.
긴 머리의 기준인 브라끈 길이에 도달했다. 이제는 똥머리 묶기도 가능해졌다. 결혼이 코 앞인 시기, 이 정도면 만족한다!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렇게 결혼을 잘 마쳤다.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 꽤 길다.
다이슨으로 하면 이렇게 된다. 이제는 원하는 그 어떤 머리도 다 가능하다. 슬슬 길이에 대해서는 손 놓기 시작하는 기간이다. 상한 머리도 생기기 시작.
드디어 2년!! 여러분 아주 짧은 칼단발 2년 기르면 이렇게 됩니다!! 컬 없는 머리를 보면 정말 정말 길다. 가슴 중간도 한참 넘는 길이. 정리를 안 하면 치렁치렁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나는 이제 이 머리에 질렸다. 2년 전과 같이 또 당일에 미용실에 쳐들어 가서는-
미용실 언니의 당황스러움과 함께 처피뱅을 하고 밑에도 일자로 싹 잘라버렸다. 이제는 앞머리 유지하고 밑에만 쭉 기를 예정. 힘겨웠던 2년간의 머리 기르기 여정. 이제는 결혼도 했으니 하고 싶은 머리 아무 때나 막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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